진짜 선천성 음치는 2만 명 이상을 검사한 연구에서 약 1.5%였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음을 못 듣는 게 아니라 들은 음을 성대 움직임으로 바꾸는 귀와 목 사이 연결이 서툰 것이라 연습하면 늡니다. 템포만 늦춰도 42명 중 40명이 프로 수준의 음정 정확도를 보인 실험이 있을 만큼 음감이 아니라 속도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연습할 때는 ① 편한 음량·편한 힘으로 부르고(힘주면 음이 위로 뜹니다) ② 반 박자 느리게 한 소절씩 끊은 뒤 ③ 부른 직후 녹음해서 들어보세요. 노래방 에코를 켜면 정확히 들어보기 어려우니 실력을 점검하는 날은 에코를 끄세요.
노래방에서 한 소절 부르고 나면 꼭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방금 그 음, 나만 이상했나?" 야속하게 깎인 화면 점수에 옆 사람까지 웃고 있으면 그날부터 마이크를 슬쩍 피하게 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음치"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실제 연구 결과는 다릅니다. 2만 명 이상을 검사한 연구에서 진짜 선천성 음치(음의 높낮이 자체를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는 인구의 약 1.5%였습니다.1 100명 중 한두 명꼴입니다. 나머지 아흔여덟 명이 전부 노래를 잘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타고나길 글렀다"는 단정은 대부분 틀렸다는 뜻입니다.
못 듣는 게 아니라, 내는 게 서툰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 왜 음정이 나갈까요? 음정을 못 맞추는 사람들을 모아 검사해 보니 대부분 음의 높낮이는 정확하게 듣고 있었습니다.2 어느 음이 더 높은지 귀로는 잘 구분하면서 정작 자기 목으로 그 음을 낼 때 어긋난 겁니다. 귀가 어두운 게 아니라 들은 음을 성대 움직임으로 옮기는 귀와 목 사이의 연결이 서툴렀던 겁니다.
이 연결이 왜 어려운지 생각해 보면 억울할 것도 없습니다. 피아노는 건반이 눈에 보이니 "여기를 누르면 이 음"이라는 지도가 금방 생깁니다. 성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오직 "이런 느낌으로 냈더니 이 소리가 났다"는 경험을 쌓아서 감으로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그 지도가 아직 흐릿한 상태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정 불안입니다.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과녁이 안 보여서 다트를 못 던지는 사람은 100명 중 한두 명뿐이고, 나머지는 과녁은 잘 보이는데 아직 팔이 서툰 사람입니다. 팔은 연습으로 늡니다.
음정은 성대에서 나고 발음은 입에서 만들어집니다
연습 방향을 잡으려면 음정이 몸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부터 알아두면 좋습니다. 음성 과학에서는 목소리를 두 단계로 나눠 봅니다. 성대가 떨리며 내는 원래 소리(음원)와 그 소리가 입안을 지나며 다듬어지는 울림(필터)입니다.5 음의 높낮이는 성대가 1초에 몇 번 떨리느냐로 결정되고 입 모양과 혀 위치는 "아"와 "이" 같은 발음이나 밝고 어두운 음색을 바꿉니다. 스피커로 치면 성대는 소리를 내는 유닛, 입안은 울림통입니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이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음정이 나가는 건 성대로 음을 조준하는 감각이 어긋난 것이라 입을 더 크게 벌리거나 발음을 또렷하게 하는 연습과는 별개입니다. 입 모양을 잡는 건 발음과 음색을 다듬을 때 쓰이고, 음정을 잡으려면 목표 음을 성대로 정확히 맞추는 연습을 따로 해야 합니다.
힘을 주면 음이 위로 뜹니다
음정이 나가는 이유가 조준 감각 하나만은 아닙니다. 높은 음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배와 목에 힘이 꽉 들어가죠. 그런데 성대 아래에 걸리는 공기 압력은 음량은 물론 음높이에도 영향을 줘서, 배를 갑자기 세게 조이면 압력이 확 올라가며 음이 목표보다 위로 뜨거나 소리가 눌립니다.6 열심히 하려는 힘이 오히려 조준을 흔드는 겁니다.
음정을 연습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건 "편한 음량, 편한 힘"입니다. 작게 부를 때는 잘 맞던 음이 크게 지를 때만 나간다면 음감이 부족한 게 아니라 힘 조절이 안 돼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천히 부르면 대부분 정확해집니다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아는 노래를 부르게 했더니 평소 속도에선 실력이 제각각이었는데 템포를 늦춰서 부르게 하자 42명 중 40명이 음정·박자 정확도에서 프로 가수 수준이 나왔습니다.3 음정이 나가는 이유가 상당 부분 음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속도를 못 따라가서였다는 뜻입니다. 빠른 노래에서는 음 하나를 맞출 시간이 반 박자도 안 되는데 흐릿한 지도로 그 속도를 따라가려니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래방 에코를 켜두면 음정을 점검하기 어렵습니다
"노래방에서는 괜찮았는데"라는 기억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노래방 마이크에는 잔향(에코)이 진하게 걸려 있어서 소리의 윤곽을 뭉개고 앞 소리의 울림이 뒤 소리를 덮어버린다는 사실이 실험으로도 밝혀져 있습니다.7 음정이 살짝 어긋나도 에코가 빈틈을 메워주니 귀에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겁니다. 에코가 음정 오차를 얼마나 가리는지 정확히 잰 연구는 아직 없어 단정할 수는 없어도 원리를 생각하면 에코를 켠 채로는 내 음정을 제대로 점검하기 어렵습니다.
기분 좋게 부를 때는 에코를 켜셔도 됩니다. 다만 실력을 점검하는 날이라면 에코를 끄거나 줄이고 불러보세요. 처음엔 소리가 앙상하게 들려서 당황스럽지만, 그게 조준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소리입니다.
내 소리를 직접 들어봐야 귀와 목이 연결됩니다
귀와 목을 이어주려면 부른 뒤 바로 들어보는 피드백이 있어야 합니다. 노래한 직후에 내 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어봐야 어디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몸이 익힙니다. 아동을 7개월간 지도한 연구나 성인에게 피드백을 준 교정 연구에서도 훈련을 거치자 음정 정확도가 좋아졌습니다.4 노래는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배워서 익히는 운동 기술이라는 게 이 분야 연구들이 공통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면, 녹음한 목소리는 처음엔 꼭 낯설게 들립니다. 평소 듣는 내 목소리에는 두개골을 타고 오는 낮은 울림이 섞여 있는데 녹음에는 그게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8 이상해진 게 아니라 남들이 듣던 소리에 가까워진 것이니, 놀라지 말고 음정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이야기는 별도 칼럼에 자세히 적어뒀습니다.
반주와 내 목소리를 같이 녹음해 어디서 음이 벗어나는지 직접 들어보세요. 설치나 가입 없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녹음 도구 열기연습 주기를 어떻게 잡느냐도 중요합니다. 운동 기술을 익히는 연구들에서는 하루 날 잡아 몰아서 하기보다 짧게 자주 나눠 연습하는 쪽이 감각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주말에 두 시간 노래방에 가기보다 하루 10분씩 "느리게 부르고 → 녹음 듣고 → 다시 부르기"를 반복하는 편이 지도를 그리는 데는 더 낫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누구나 무조건 다 고쳐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로 밝혀진 것도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근거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혼자 연습할 때 부딪히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내가 100명 중 한두 명꼴인 지각형(음을 듣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인지, 대다수가 해당하는 연결형(음은 들리는데 목으로 내는 게 서툰 경우)인지 혼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연습법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연결형이 무작정 청음 연습만 붙잡고 있으면 시간만 버리게 되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레슨에서 몇 가지 소리를 내보면 어느 쪽인지 바로 드러나서 그에 맞는 연습 방향을 잡아드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힘·템포·피드백 가운데 어디서 어긋나는지도 그 자리에서 같이 짚어봅니다.
시그니처 클래스음정이 어느 소절에서 흔들리는지 녹음으로 짚어가면서 고치는 수업이 있습니다안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