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된 내 목소리가 낯선 데는 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평소 듣는 내 목소리에는 성대 진동이 두개골을 타고 귀로 직접 오는 저음(골전도)이 섞여 있는데 녹음에는 그 소리가 빠집니다. 녹음이 이상해진 게 아니라 남들이 늘 듣던 소리에 가까운 겁니다. 부르는 도중에는 골전도까지 섞여 내 귀를 더 믿을 수 없으니 판정은 부른 직후에 녹음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점검하는 날은 에코를 끄고 같은 방, 같은 거리, 같은 곡으로 조건을 맞춰 일주일에 한 번 녹음해 보세요. 음정이 흔들리는 구간, 가사가 뭉개지는 구간, 숨이 달리는 구간 이렇게 세 가지를 들어보시면 됩니다. 낯선 느낌은 몇 번 반복해서 들으면 금방 무뎌집니다.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충격받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얇고 높았나" 싶은 순간이죠. 어떤 분들은 그 뒤로 아예 녹음을 안 합니다. 노래 연습에서 제일 아까운 일이 바로 이겁니다. 내 소리를 들어볼 유일한 방법을 듣기 싫다는 이유로 덮어버리는 거니까요. 사실 목소리가 낯선 데는 분명한 물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 이유를 알고 나면 녹음만큼 좋은 연습 도구가 없습니다. 오늘은 왜 소리가 낯설게 들리는지 알아보고 녹음을 연습에 쓰는 요령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평소 듣는 내 목소리에는 저음이 더 섞여 있습니다
평소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두 가지 소리가 합쳐진 겁니다. 하나는 입에서 나와 공기를 타고 귀로 돌아오는 소리(남들이 듣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성대의 진동이 두개골을 타고 귀 안쪽으로 직접 전해지는 소리(골전도)입니다. 뼈를 타고 오는 소리는 저음이 더 크게 울립니다. 평생 나에게만 저음을 보태주는 전용 우퍼를 켜 두고 내 목소리를 들어온 셈입니다.
녹음에는 이 우퍼가 빠집니다. 실제보다 이상하게 녹음된 게 아니라 남들이 늘 들어온 소리에 훨씬 가까운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골전도 장치로 저음을 보태 들려줬더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훨씬 잘 알아들었습니다.1 골전도가 '내 목소리 감각'을 만든다는 걸 직접 보여준 결과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낯섦이 "듣는 방식의 문제"이지 "목소리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녹음을 들려주면 대부분 "네 목소리 맞는데?"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주변에서는 원래부터 그 소리를 들어왔으니 이상할 게 없는 겁니다. 어색하게 느끼는 건 세상에서 나 혼자뿐이고, 그 이유가 두개골의 울림 때문이라는 것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부르는 도중의 내 귀는 더 믿을 수 없습니다
골전도 때문에 생기는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노래하는 동안 듣는 내 소리는 골전도가 섞인 데다 부르는 데 집중하느라 객관적으로 들을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부르면서 "지금 잘 되고 있다"고 느낀 것과 실제 소리는 자주 어긋납니다. 레슨에서 "방금 좋았어요"라는 말을 듣고도 정작 본인은 뭐가 달랐는지 모르거나, 반대로 혼자 만족했는데 녹음을 들어보니 아쉬웠던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잘 불렀는지 판단하는 건 부르는 도중이 아니라 부른 직후에 녹음을 들으면서 해야 합니다. 부를 때는 소리 내는 데만 집중하고 평가는 녹음으로 나누어 해야 연습 효율이 훨씬 올라갑니다.
낯선 느낌 자체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골전도 실험에서 봤듯이 목소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듣던 기준"이 달랐던 것뿐입니다. 녹음을 몇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새로운 기준이 생기고 거부감도 무뎌집니다.1 처음 며칠만 견디면 됩니다.
실력 점검은 에코를 끄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노래방에서는 잘 부르는 것 같은데 녹음하면 왜 아쉬울까요? 에코(잔향) 때문입니다. 잔향은 소리의 거친 부분을 문질러 줍니다. 연구로 밝혀진 내용만 봐도 잔향은 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뭉개고 앞 소리의 꼬리가 뒤 소리를 가려서 가사 전달을 흐리게 만듭니다.2 듣기엔 부드러워지지만 음정이 흔들리거나 첫소리가 거칠게 들어가는 문제도 함께 가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에코가 음정·박자 오차를 숨긴다"는 점까지 수치로 잰 연구는 아직 없어서 이 부분은 저희의 추론입니다.
그래서 요령은 간단합니다. 기분 좋게 부르는 날은 에코를 켜고, 실력을 점검하는 날은 에코를 끄면 됩니다. 잔향 없는 맨 소리로 녹음해 보면 처음엔 낯설고 앙상하게 들리지만, 고칠 지점이 정확히 들립니다.
휴대폰으로 녹음할 때는 조건을 고정하세요
녹음도 환경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마이크가 가까우면 저음이 부풀고 욕실처럼 울리는 방에서는 잔향이 끼며 이불 속에서는 소리가 먹힙니다. 그래서 지난주 녹음과 이번 주 녹음을 비교하려면 조건을 똑같이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방, 같은 위치, 휴대폰과의 같은 거리(팔 하나 정도), 같은 곡, 이 네 가지만 맞추면 휴대폰 녹음으로도 소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충분히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건이 다른 두 녹음을 두고 "실력이 늘었다, 줄었다" 따지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노래방에서 한 녹음과 방에서 한 녹음은 서로 다른 체중계로 잰 몸무게와 같아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며칠은 듣기 싫은 게 정상입니다
녹음 연습을 시작한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기술보다 마음입니다. 내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재생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지는 거죠. 목소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저 낯설기 때문입니다. 며칠만 꾸준히 들으면 낯선 느낌이 빠지고 그때부터 소리 자체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첫 주의 어색함은 누구나 지나가는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녹음을 연습 도구로 쓰는 법
- 일주일에 한 번, 같은 곡을 같은 조건으로 녹음합니다. 매일 하면 변화가 안 들리고, 조건이 다르면 비교가 안 됩니다.
- 녹음을 들을 때는 음정이 흔들리는 구간, 가사가 뭉개지는 구간, 숨이 달리는 구간 이렇게 세 가지만 짚어봅니다. 특히 가사는 잔향 연구에서도 나왔듯 에코가 가장 잘 가려주는 부분이라2 에코 없는 맨 소리 녹음에서만 정확히 들립니다. 노래방에서는 잘 들리는 것 같던 가사가 녹음에서 뭉개져 있다면 실제로 남들 귀에도 그렇게 들렸다는 뜻입니다. 한꺼번에 다 고치려 하지 말고 한 번에 하나만 다음 연습 목표로 잡으세요.
- 지난주 녹음과 비교해서 목표했던 그 한 가지가 나아졌는지 들어봅니다. 내 귀로 직접 느낀 변화만큼 연습을 꾸준히 이어가게 해주는 힘은 없습니다.
반주와 목소리를 같이 녹음해서 바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녹음 파일은 내 기기에만 저장되며 따로 앱을 설치하거나 가입하지 않아도 바로 쓰실 수 있습니다.
녹음 도구 열기참고로, 녹음도 완전한 진실은 아닙니다
마이크 종류와 거리, 방의 울림에 따라 녹음 소리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녹음은 "진짜 내 목소리"라기보다 남이 듣는 소리에 훨씬 가까운 참고자료입니다. 그 녹음을 듣고 어디가 단순한 습관이고 어디가 고쳐야 할 문제인지 짚어내는 건 옆에서 같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빨라집니다. 똑같은 녹음을 들어도 혼자 들을 때는 "그냥 별로네" 싶던 부분이 선생님의 귀에는 "둘째 소절 호흡이 짧은 문제"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보컬로그 레슨에서는 매번 수업 내용을 녹음해 두고 함께 들어보며 소리를 잡아갑니다.
시그니처 클래스매주 녹음실에서 부르고, 같이 들어보면서 고치는 수업이 있습니다안내 보기 →